앤코이에게 전합니다

3기 선발자 세전메: [그리스인 조르바], [노인과 바다], [사피엔스]- 나 자신과 직접 대면하게 되는 순간에 느끼는 진정한 행복

한** 2022-11-28 22:46 조회수 아이콘 135

  안녕하세요. 건축학과에 재학중인 ㅇㅇㅇ입니다.

저는 1번 문항 중 복잡한 내부 절차로 인해 새로운 발명이나 창조성을 위한 여지를 잃어버리고 더 높은 잠재력보다는 규칙을 따르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기업의 도태 과정

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오래전부터 정리해왔던 생각이 있어 여기에 옮겨보겠습니다.

저는 특허를 공부했고 재학 중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수험 생활을 하며 즐겨보던 법률저널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하나 있는데, 바로 2018년 변리사 시험 수석 박병언 님의 인터뷰였습니다.

거기엔외면 당한 기술의 가치를 발굴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 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수험 생활을 마친 지금에 와서도 늘 새롭게 다가오는 내용입니다.

주제와 관련하여 그 의미에 대한 제 생각을 여러분과 한 번 나눠보고 싶습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늘 들어왔던 얘기 중 하나로우리나라는 자원이 없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와 기술력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특허는 많은 기업의 기술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사회적 안전 장치인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분명 위와 같은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기업들의 특허 등록을 독려하고, 이에 맞게 법도 여러차례 개정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껍데기 뿐인 특허들만 쌓여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기업들에 대하여 특허 등록 수에 비례하여 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법을 마련하면, 기업은오로지 등록을 위한 특허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오랜 시간 연구 개발을 통해 얻는 진정한 기술들은 외면 받게 됩니다.

미래를 바라보던 연구들은 당장의 지자체 지원 기준에 맞지 않아서, 바로 어제 개정된 정부 시책과 다른 분야라는 이유로 사장됩니다.

기술 개발을 위해 입법을 하지만 정작 이 때문에 창의적인 기술 개발이 저해 되는 모습을 여기서 발견하게 됩니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의 도태는 물론이고, 이는 전반적인 특허의 질 자체를 떨어뜨립니다.

지자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빠르고 값싼 특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의 혹은 미래의 귀중한 기술조차 소모품 취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분명 특허법은 이러한 껍데기 기술들을 위한 입법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순수한 기술 가치 외의 요소들이 개입되어 그 취지가 탁해졌을 것입니다.

입법 당시의 환경 이슈, 산업 트렌드, 유력 대선후보들의 공약 등이 그렇습니다.

법과 절차가 필요 없다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들을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부수적이고 복잡한 절차들이 그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2018년 박병언 님의 인터뷰가 수험생 때와는 달리 산업 현장에 좀더 가까워진 지금 그 의미가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2번 문항의 2가지 질문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지를 물으셨던 주제①, 기존 방식을 떠나 어떤 것이 진정 행복하고 나다운 지를 묻는 ②번 질문, 모두 넓은 의미에서 같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보다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기 위하여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 헤밍웨이의노인과 바다를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하면 저는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라고 썼습니다. 그러면 나름 선생님께 인정받는 제법 훌륭한 독후감이 되기도 했는데요. 요즘 전 다르게 생각합니다.

작중 산티아고 노인은결과도 과정도 중요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청새치를 잡고 상어와 싸우는 산티아고 노인의과정도 그의 입장에서는 끔찍했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결과도 과정도 끔찍하지만 그가 평안을 느낀 것은결과도 과정도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주제에서도 다시 변리사 수험생활 얘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이 기간에 그리 대단한 드라마도 없지만 이때의 경험이 이번 주제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7월에는 2차 시험을 준비하는 많은 학생들이 매 주말마다 학원에서 두 번씩 모의고사를 봅니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시험과 오후 시험을 보게 되는데, 그 사이 45분정도 점심시간이 있습니다.

오전 시험을 마친 후 저번 주 시험 결과지를 들고 근처 식당으로 가서 빠르게 밥을 먹습니다.

먹는 동안 확인한 저번 주 시험 성적은 꼴찌를 겨우 면한 정도였고, 왼손에 든 폰으로 다음 시험을 대비한 판례 PDF를 켜둔 채 밥을 이어서 먹습니다.

30분쯤 됐을 때 자리에 일어나서 다 못 먹은 에그 타르트를 손에 쥐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갑니다.

그때 옆에 같이 가던 스터디원이 한마디 했습니다. “야 날씨 좋다.”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저는 그 순간 뜻밖의 지극한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2년 동안의 노력이 2주 후면 이틀 만에 결정될 예정이지만, 중간 성적은 꼴찌 수준에 밥 먹을 시간을 쪼개 자료를 보다가, 시험에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판례를 들고 걸어가며 남은 음식을 먹는, 어쩌면 가장 처절하고 끔찍하게 느껴졌을 그때 그 순간의 내 모습이 갑자기 당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은결과도 과정도 중요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내가 어떤 가치 기준을 갖고 이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잘 해왔는지에 대한 평가나, 그 결과가 어떨 지에 대한 걱정은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고, 어쨌든지금 내가 하려는 일을 한다는 가슴 깊숙한 곳에 있던 단순한 형태의 의지만 남았다고 느꼈습니다.

나 이외의 모든 것이 부정적인 상황(낮은 성적, 비참한 식사, 남들과 비교되는 상황, 즐길 수 없는 좋은 날씨 등)에 맞닥뜨렸을 때 그 극한의 상황에서 오히려 명징하게 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행복이란 여러 스펙트럼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지극한 행복감은 진정한 나와 대면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주제의 질문인진정한 행복진정한 나 다운 것은 어쩌면 동의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가르침은 과정에서 행복을 찾으라고도 하고 때로 결과에서 행복을 찾는 경우도 있지만, 저는 진정한 행복은 과정도 결과도 중요하지 않아지는 때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심지어 지금까지도 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습니다. 알토의 건축을 보며 멋있는 건축물을 설계해 보고도 싶었고,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들으며 가슴을 울리는 교향곡을 만들어보고도 싶었으며, 조너스 솔크의 일대기를 읽으며 위대한 발명품을 개발해 보고도 싶었습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느껴지지만 철없게도 저는 지금도 그 꿈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꿈들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선순환을 일으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가령 많은 꿈 중 건축가로서의 꿈은 이렇습니다. 핀란드 건축가 알바알토의 마이레아 저택을 보며 그의 동료가집이 아닌 사랑의 시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저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만을 위한 작은 쉼터를 설계해주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비를 피하기도 하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때로 스릴 넘치는 거점으로 삼기도 하며 그곳에 얽힌 추억을 쌓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물한 추억들로 저는 그들만의 알바 알토가 될 수도 있겠네요. 마찬가지로 저는 미래에 제 직업에 상관없이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작곡도 하고 싶고, 발명도 해보고 싶습니다. 그들에게 저는 훌륭한 작곡가와 과학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중요한 건 직업으로서 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어떤 교환가치로서의 작업보다도 저의작업은 그들과의 관계속에서 가장 빛나는작품이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면 저는 행복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살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물해주는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습니다. 많은 고전 명작들이 시대를 관통하여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과 영감을 주었듯이 제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습니다. 나아가 그 감동을 받은 사람들도 그들의 다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앤코이가 말합니다 게시글 중 <그대에게 주어진 강점은 무엇인가요?>를 읽고 떠오르는 그림 하나가 있어 여기에 소개해 보고 싶습니다. 바로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입니다.

 

 

 

 

일본어로 이키는을 뜻하고, 가이는가치를 뜻한다고 합니다.

이를 합쳐사는 보람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 단순한 다이어그램에서 이키가이에 이르는 방 법이 무엇일까 예전부터 고민해봤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그대에게 주어진 강점은 무엇인가요?>를 읽고 다이어그램의 각 영역들을 제 나름 대로 정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글에서 묘사하는 바와 같이 끝없는 경쟁과 미리 제시된 가치 기준 속에서 평생에 걸쳐 사람을 줄 세우는 모습은 씁쓸하지만 우리에게 너무나 도 익숙한 모습입니다.

직접적으로나 또는 간접적으로 우리는 이미 어떤 일이 가치 있고 어떤 직업이 훌륭한지 암묵적으로 합의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를 다이어그램을 통해 해석해보면 빨간색 영역의세상에 필요한 일파란색 영역 의돈 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이미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영역들 속에서좋아하는 일잘 하는 일을 제외할 때, 공허함과 불안함 속에 살게 되고, 운이 좋아 줄 맨 앞에 서게 되더라도 소명 의식 정도에 그치는 것 같습니다.

<그대에게 주어진 강점은 무엇인가요?>에는 경험과 성찰을 보는 까닭에 대한 내용 이 담겨있습니다.

그 내용을 이키가이 다이어그램을 바탕으로 해석하자면, 타인이나 사회의 기준이 아닌 나 자신이좋아하는 일잘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경험과 성찰을 통해 누군가는불안함으로부터 내 가잘 하는 일을 찾아, 누군가는공허함으로부터 내가좋아하는 일을 찾아 결국 이키가이에 이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필요한 일과 돈 되는 일은 정해져 있을 지 몰라도,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은 누가 뭐래도 나 자신이 찾아야 할 것입니다.

경험과 성찰을 통해 내 자신을 찾는 과정이 실패의 연속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치 소수(Prime number)를 찾는에라토 스테네스의 체처럼 실패도 나를 좀 더 명징하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저 와 여러분 모두 경험과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강점을 찾고 나아가이키가이에 이르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제출한 세전메입니다. (한동안 연결이 끊어진 줄 모르고... 다시 올렸습니다!)


제가 경험한 행복감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보고 싶었습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때 겪어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말을 외부 강연이나 종교활동에서 이미 들어본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와닿지 않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는 흔히 생각하는를 마주하지 못하게 되는 외부 요인들(시간이나 돈, 환경, 장애 등)로 인해 그러지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한가운데서진정한 나를 찾게 되지도 합니다.

2. 질문지에 적은 것처럼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며 남들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절망적이라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저는제 몸과 의지하나만 오롯이 느끼게 됐습니다.

그 때에 비로소 외부 요인들은 제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음을 체험합니다.

 

더불어 그동안 읽었던 고전들의 문장들도 제게 새롭게 다가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책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탄광사업이 완벽하게 망한나와 조르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 노인과 바다에서 상어에게 모든걸 뺏긴 산티아고 노인, 유발 하라리의 책 사피엔스에서 묘사하는 불교 교리중 감정의 파도 부분(558p), 여기서 작가들은 모두 뜻밖의 행복감과 평안을 묘사합니다. 제가 겪은 행복감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영상을 통해 저의 생각과 해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저와 같은 행복감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그렇다면 3. 질문지에 적은 것처럼 인생을 예술로 대하는 저의 이상적인 삶의 모습에 조금 더 가까워질 것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찾아낸 새로운 행복감속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이 행복의 선순환을 이루길 바랍니다.


제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 영상은 한*윤 학생의 동의를 받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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