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코이에게 전합니다

4기 세전메: 진정한 행복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삶’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오유지족)

이** 2023-09-20 23:53 조회수 아이콘 137

재단과의 만남 이후, 1년 간 제게 많은 내면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앤코이의 세전메를 통해  '오유지족'의 힘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오유지족'은 '나 스스로 오직 만족함을 안다'는 뜻의 사자성어입니다.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는 현대인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즐기는 지적 자극을 찾기보다는,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자기계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타인과의 비교에 익숙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남들이 설정하고 이룬 목표를 나도 달성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이러한 자기계발은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성찰 없는 자기계발은 언젠가 제가 느낀 공허함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본 영상에서는 교환학생 생활동안 느꼈던 허무함과 행복에 관한 깨달음을 공유함으로써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성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 교환학생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즐기는 삶’을 배우다 >

1. 교환학생을 떠나게 된 계기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제게 필요한 물질을 찾아갔고, 자격증 공부나 인턴 경험을 쌓아가면서 제 능력을 명시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경제적 독립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제 욕망은 Having 으로부터 Doing 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 속에는 언제나 과연 내가 택한 길이 맞는 길일지 의문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경제적 상황에 떠밀려 늘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금융 공기업이라는 저의 향후 계획을 정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항상 경제적인 문제로 불안함이 있었기 때문에 안정성만을 쫒아 공기업을 선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년 한 학기 동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스스로의 솔직한 목소리에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특히 작년 교환학생 생활 중 앤코이교육재단 희망장학생 3 기에 지원하며, 의식성장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였고 이후 네덜란드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를 되새겼습니다. 즉, ‘Being 으로서의 성장’을 경험하기 위해,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 기대에 미치지 못한 행복

그러던 중, 약 6 개월 간의 해외 생활에서 제가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제 안에 ‘행복을 삶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작년 노블 희망장학생 3기에 지원할 때까지도, 저는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으로 꼽는 건 흔한 일이었고, 직관적인 문장이기 때문에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장소에 방문해 견문을 넓히고 해외 생활에 익숙해질수록 ‘어딜 가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생각은 당시의 저를 맥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제가 열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한 끝에 도착한 나라이고, 또 정치경제적 환경도 좋은 평가를 받는 곳이기에 제가 목표한 ‘행복한 삶’을 이곳에서라면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은 물리적 장소가 달라진다고 자연스레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마냥 우수해보였던 네덜란드의 정치경제적 환경에도 문제가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누리는 부의 근간에는 식민지배가 있었고, 피지배국가에서 자라온 제 시선에 비친 네덜란드 사회는 식민지배가 지금까지 이어지는 세계적인 정치, 경제, 문화적 양극화의 원인임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또 네덜란드가 핵심 국가 중 하나인 유럽연합의 경우, 문화적 동질성은 공유하나 경제적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 또한 마냥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제 환상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3. 진정한 행복이란 삶의 과정 속에서 내가 찾아가는 것 행복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삶’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태도에 달려 있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동시에 저 자신에게 집중하려 노력한 유학 생활의 끝에, 저도 모르게 갖고 있던 ‘경험과 성취에 대한 집착’이 건강하지 못한 성장임을 깨달았습니다. 국가 주도의 고속 경제성장을 몸소 겪은 한국의 기성세대는 ‘개인의 노력 끝에 명시적인 성취를 달성하는 것’을 누구나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향으로 바라봅니다. 저 또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를 죄이고, 과정을 즐기기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기약 없는 미래의 목표만을 위해 살아갈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저 스스로가 나아가고 싶은 방향으로 치열히 고민하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 삶에 어떤 의미로 남을지 고민해야, 과정 또한 그 자체로 의미 있어짐을 알았습니다. 결국 우리는 늘 살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결과만큼 과정을 생각해야 하며, 이 과정을 즐기기 위한 방법이 행복하다는 감정임을 깨달았습니다. 삶에서 지나가는 여러 과정들을 즐기자고 마음 먹으니,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내면의 중심이 좀 더 단단해졌음을 느꼈습니다. 이전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보수, 복지와 같이 직업의 표면적인 조건들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이 일을 하는 삶을 상상해보며 직장 안과 밖의 삶을 조화롭게 꾸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그동안 목표로 삼았던 금융 공기업 중 한 곳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이런 부분들을 꾸준히 고민하는 중입니다. 예전과 같은 마음이었다면 인턴 근무 또한 그저 금융 공기업이라는 목표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에, 힘든 부분들만이 더 많이 보였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도 현재 제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라 생각하니 즐기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스스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만족할 수 있는 저만의 길을 찾아가며 '살아감의 과정'을 즐기려 합니다.



< 양극화와 기술의 위험성 >

팬데믹은 전 세계에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깊게 남은 상처는 양극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사회문화적인 양극화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가계 소득불평등도는 1990 년대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됨에 따라 연령대 내 소득불평등도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안전망이 부재된 사회이고, 노동시장 구조 개편 등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의 변화도 충분치 않음을 반증합니다. 정책 변화가 더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양극화입니다. 양당제 하에서는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의견이 대변되기 보다는, 두 거대 정당이 내세우는 두 의견만이 대표되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중도적인 입장을 고민하기보다는 두 정당의 극단적인 의견 중 하나를 택해야 하고, 이는 대표자를 뽑을 때 큰 문제가 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인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사회 전반의 수많은 사안을 결정하나, 양당제 하에 후보의 성향은 두 가지만으로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신 청 번 호 재단에서 작성 양극화의 기저에는 내가 속한 집단인 ‘우리’와 나와 다른 사람들이 속한 집단인 ‘그들’을 구분하는 이분법적 사고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 양극화를 우리 사회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SNS 에는 자체적인 알고리즘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사용자가 특정 정치색이 짙은 콘텐츠를 보기 시작하면, 알고리즘은 다른 의견을 담은 콘텐츠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상대편의 말을 들을 기회 자체를 차단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오로지 자신과 같은 정치색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며 ‘역시 우리 말이 맞고, 그들 말은 틀렸다’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쉬워졌습니다. 또 최근 화제가 된 챗 GPT 와 같은 기술은 가짜뉴스 생산에 활용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확증편향 현상을 이용합니다. 가령 작년 대선에서 두 거대정당의 후보가 각각 진보와 보수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지를 호소하는 게시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습니다. 두 정당 모두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커뮤니티를 활용해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방문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발언을 만들어내고 재생산하는 곳들이었습니다. 후보들은 자신을 분명히 찍어줄 청년 지지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정치색이 짙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어두운 면은 무시한 것입니다. 양극화된 정치는 소수자를 정치의 영역에서 제외했고, 다름이라는 가치를 놓쳤습니다.

< 해결책: 열린 공간 >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열린 공간’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린 공간’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존재할 수 있고, 존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 중 많은 부분이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고, 동시에 사람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공간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오프라인에서의 열린 공간은 ‘모두를 위한 공간의 확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한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공통적인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쾌적하고 평등한 공간이 필요합니다. 나와는 다른 사회적 지위, 정치적 의견을 가진 사람이라도 공통적인 기억을 공유하면 상대를 받아들이기 쉬워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소로는 공원이 있습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 런던의 하이드 파크는 그곳에 거주하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도, 서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또다른 예시는 공공 문화예술 시설입니다. 저는 미술관을 좋아해 한국에서도, 교환학생을 갔던 암스테르담에서도 종종 방문했습니다. 한국 미술관의 관람객들은 대부분 젊은 세대였습니다. 암스테르담시립미술관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미술관을 관람하는 연령대가 정말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베리어프리(Barrierfree) 시설들이나, 아이들을 위한 쉬운 설명도 잘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통의 기억을 만들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공간이 늘어나야 하고, 공공의 영역으로 관리되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의 열린 공간은 건전한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소수자 혐오가 넘쳐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현실 정치의 영역 안에서 전개되는 커뮤니티가 필요합니다. 가령 프랑스에는 'Parlement at Citoyens(의회와 시민)'이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국회의원이 사회 문제와 해결책, 기대효과를 먼저 제시하면 그에 대한 의견을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플랫폼 상에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후 의회 의원, 시민, 전문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진행되고 이 회의 또한 모두 공개됩니다. 법안 상정부터 의회 채택까지 법안의 모든 수립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이념의 양극화가 심해지는 요즈음, 기술을 활용해 숙의민주주의를 실현한다면 현실 정치를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작년 암스테르담에서 앤코이교육재단 희망장학생 3 기를 지원할 때가 기억납니다. 그때도, 이번 4 기 지원 과정에서도 지원서를 작성하며 한 번 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 마음 속으로만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던 것들에 솔직해지려 노력하면서, 1 년 사이 제게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작년 장학금을 받은 덕분에 유럽에서 수많은 잊지 못한 추억을 쌓았습니다. 경제적 문제에 대한 불안함이 항상 마음 한켠에 도사리고 있어 온전히 유학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장학금 덕분에 돌아오지 않을 삶의 한 챕터에 제대로 집중하고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은 나의 힘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음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앞으로 저는 '비교정치세미나', '국제무역의 정치경제' 등 심화 전공 수업들을 들으며 정치학과 경제학의 연결 고리를 찾고 국내, 세계의 불평등 현상을 탐구하고 싶습니다. 또 '벤처경영' 수업에서 창업 모델을 배우고 실제 창업계획서를 작성해보며, 벤처기업의 관점에서 창업을 간접 경험해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경제 현황과 벤처기업의 성장 수준을 고려하여, 현 시점에 기업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때 제공하는 기업금융 전문가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자 합니다. 또 활동하던 교육봉사 동아리에 재가입하여 학교 근처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학습 지도하는 교육 봉사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현재 대학생인 제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가 받은 선의를 또 다른 누군가와 나누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